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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2021

Youngseo Lee 2021. 1. 1. 23:59

벌써 2021년의 첫날입니다.

시간은 항상 같게 흐르는데 이번 연도는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은 새벽 두 시, 프라하의 숙소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외가댁에 내려가는 차 안에서 라디오로 코로나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떻게 전 국민이 갑자기 마스크를 쓰게 되었네요

 

고등학생 때 예진이를 만난 이후로 교환학생에 대한 계획은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대학에 입학할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말이에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전공 수업을 3학년까지 끊기지 않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취업 준비 전에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3학년이 끝난 이후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2020-2학기 파견 학생으로 선발되고, 2019년 겨울학기를 마치고 휴학 신청을 했습니다. 

해보고 싶었던 색다른 알바를 하며 한 학기를 보내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어요.

다행히도 하던 학원알바 시간을 늘려 일했고, 운 좋게 다른 좋은 일자리도 구해서 짧게 일했습니다.

학원에서 신기하게도 만난 지인의 지인, 온화하신 점장님

좋은 사람들을 만나 힘들지만 재밌게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3월에는 코알라 코딩 스터디에도 꽤 높았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서 크롤링과 머신러닝을 배워볼 수도 있었습니다, 좋은 동문 학우들을 만나 재밌었어요.

그동안 과 사람들하고만 듣던 수업이 대다수여서 다른 학과 사람들과의 모임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었을 텐데 대형 행사들이 취소되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운 좋게 최종 경연 대회 본선에 올라가 줌으로 발표도 했었어요. 

상은 못 탔어도 구글링하며 더듬더듬 알아갔던 시간도, 몇 날 새운 밤들도 다 소중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알바하고 공부하여 보내는 시간 동안 코로나는 심해지고 교환 학기 개강일은 다가오고 있었어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너라면 갈래?'를 묻고, 매일 체코 확진자 수를 검색하는 것의 반복 ...

요새 저는 저를 '은은한 답정너'라고 생각하는 중인데요. 조언을 구하지만 사실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었더라고요. 하하

 

체코에 온 지 98일, 한 달 뒤 귀국을 앞둔 있는 이 시점에 그 결정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게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분명 이전의 교환학생들과는 전혀 다르고 그걸 기대하고 오시면 안 됩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러 파티에 갈 수도 없고, 수업에서 친구를 사귈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들이 제 인생에 남긴 자국이 깊다고 느낍니다

 

9월의 체코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룸메이트를 만났습니다.

알면 알수록 여러 면에서 존경할만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누군가와 한방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태어나서 처음인데, 불편한 점은 있지만 함께 생활하며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고맙게도 몇 번 제안해주어서 근처 멋진 지역을 하이킹하기도 했습니다.

쉽게 산을 잘 타는 언니와 달리 나는 저질 체력인데도 몇 번 더 같이 가자고 해주고 너무 힘든 코스가 아니었나 걱정해주기도 했어요. 오히려 내가 많이 미안해지는 상황... 저질 체력이라 미안해!

 

이번 학기에 한국인 교환학생이 없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까지 세 분이 출국 전에 연락이 닿아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또 그분들이 도전정신이 투철한 분들이라 덕분에 여행도 많이 했습니다.

어느 정도 여행은 포기한 상태였는데 열정이 가득한 분들을 만나서 오스트리아, 폴란드, 크로아티아, 스위스까지 다녀올 수 있었어요. 또 온라인 수업이라 일주일씩 머무를 수 있었던 점도 너무 좋았어요. 단점이자 장점이었네요,, 

 

올해에는 '나만의 것'을 확고히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느낀 한 해였습니다.

제 성격상 남을 배려하는 게 편하고, 호불호가 강한 편이 아니라 남에게 맞추는 게 마음이 편해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나를 위해 강단 있는 모습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내 주장 의견이 틀릴까 봐 철저한 사전 조사 후에 강하게 주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에 의문형으로 의견을 던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식으로요.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더 단호한 내가 되고 싶어요.

단시간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평소에 내 생각을 정리해 놓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은 그만 신경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좀 더 나를 사랑하고, 자존감을 키우고 싶습니다.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뭐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가는 한 해를 만들고 싶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에 휩쓸려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나도 나를 모르는데! 어떤 단면만 보고 나를 판단한 말로 나를 정의하고 싶지 않거덩요.

 

조금 더 단단해지고, 나를 더 알아가는 2021년이 되었으면

- 스무 살 서른 아래, 고맘때가 된 나 

 

2020년 매듭짓기, 짧게 대답해보는 질문들

 

- 가장 기억에 남는 날 : 체코에 온 나날들 모두, 그리고 내 생일날 

- 2020 최고의 음악 : 크로아티아 해변에서 누워 들은 더 자두 김밥

- 2020 최고의 영화 : 다그니아와 방에 앉아 본 비포 시리즈

- 후회 없는 선택 : 교환학생 오기로 한 것

- 그만두게 된 것 : 필라테스, 요가 - 곧 다시 시작해야지

- 새로 시작한 것 : 블로그 글을 더 자주 쓰게 됨

- 잊고 싶은 하루 : 글쎄 ... 

- 잊기 싫은 하루 : 여기 온 모든 날들 특히 다그니아와 하이킹한 기억들

- 내게 부족했던 것 : 나에 대한 확신, 체력, 열정

- 2020년의 나는 :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결정의 연속이었지만 잘해내서 다행이다.

- 2021년의 나는 : 체력, 정신력, 열정 기르기!